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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PG Log

[현무영] 그림자 없는 밤

# CoC 시나리오 <여기, 쥐새끼가 둘 있다> Part.1 하면서 간간히 쓴 짧은 이야기들.

# 아이패드로 쓰는 건 처음이라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네


# 저녁 술자리 이야기

현무영이 지친 걸음으로 계단을 내려왔을 때는 구룡 전체에 어둠이 새카맣게 내린 후였다. 돌아갈 곳이 있는 이들은 모두가 떠나고, 지나가는 밤을 붙든 이들이 남아 한 잔 술에 모든 것을 잊고 낄낄 거리는 곳. 그 소음의 한복판을 벗어나 골목 안쪽에 서니 다시 없을 평화가 마음에 깃드는 것이 느껴졌다. 달빛도 들지 않는 어둠에 완전히 몸을 묻어버리고 나니 자신의 형태마저도 잊을 수 있을 것 같다. 품에서 꺼낸 담배에 채 불을 붙이지도 못하고 멍하니 물고서, 현무영은 탄식에 가까운 한숨을 내뱉았다.

“이 짓을 앞으로 6일이나 더…”

비워지는 숨에 비례해 묵직한 것이 심장을 누르는 것처럼 압박했다. 진공 호흡을 하는 것 같은 버석한 숨을 태울 겸 담배에 불을 붙여 깊게 빨아들인다. 까만 허공에 붉은 점 하나가 도깨비 불 처럼 떠돌았다. 평소 자신이 피우던 담배가 아닌 낯선 향이 퍼지며 흩어지는 연기에 자연스럽게 낮의 한 장면을 떠올렸다. 느리게 다가오던 얼굴과 잠깐 섞였다 떨어지던 머리칼, 천천히 멀어지던 흐릿한 담배연기, 그 무성 영화 같던 순간을. 맞닿았던 담배불이 옮으면서 쓸데없는 열기까지 따라온다고 생각하면서도 무영은 자신의 본문을 잊지 않았다. 언제가 적기일까. 어떤 방법을 써야할까. 당신은 대체 누구인가.

“이것도 못 할 짓이네. 진짜 못할 짓이다.”

죽여야 할 대상과 계속 같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사실은 제법 큰 스트레스였다. 더욱이 정확한 이유도 알 수 없다. 유일한 힌트는 ‘쥐새끼’. 허나 여기서 쥐새끼가 아닌 사람이 있던가. 자신 같은 말단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솔직히 말하자면 여기서 제대로 된 방법으로 살지 못하는 놈들은 죄다 쥐새끼나 다름 없지 않나. 살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해왔으니 이제와 착한척 거들먹거리며 뒤로 빠질 생각은 없지만, 적어도 납득이라도 가야 마음이 편하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으로 한나절 짧은 시간을 함께 다녔으나 현무영이 알아낸 사실이라고는 ‘아무것도 알 수 없음’이었다. 공기 중에 녹아 사라지는 담배 연기처럼 무엇에도 의미를 두지 않는 것 같은 말투로, 모든 것을 가볍게, 하나의 의미도 부여하는 것 없이 손짓만으로 연기를 흩트리는 것처럼 그는 행동하고 있었다.

“어렵고, 가급적이면 엮이고 싶지 않다. 그리고 위험해.”

등에 닿는 차가운 콘크리트의 거칠한 표면에 완전히 기대어 속내를 털어놓는 목소리에는 깊은 피로가 스며있었다. 위험해. 처음 만났을 때부터 어딘지 모르게 머릿속에 경종을 울리는 것을 애써 무시했으나, 방금 전 싸움으로 확실히 알겠다. 그는 위험한 남자다. 좁은 골목과 어두컴컴한 시간, 기습이라는 불리한 요소들 속에서도 놀라울 만큼 침착하고 깔끔하게 적을 죽여놓지 않았던가. 그것으로 간신히 약점 하나를 알게 되었다고는 하지만, 약점을 약점 그대로 받아들일 정도로 무영은 어리석지 않았다.

“약점이라는 사실을 본인도 알 테니 방비가 더 단단할 거고.”

말하자면 약점이 아니라 역린이 더 걸맞는 말이 아닐까. 누르는 순간 자신의 죽음이 되는 그런 용의 비늘. 그는 주저없이 특유의 나긋한 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목을 따리라. 그가 누구인지 알 수만 있다면 아니, 자신이 산다는 보장만 있다면 사실 무영은 이 말도 안되는 암살 시도에 대해 털어놓을 용의도 있었다. 황이위는 이 일이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는 기회라고 했지만, 무영의 감은 그렇지 않다는 답을 내놓고 있었으므로. 소모품을 소모품답게 사용하려는 황이위와 친근하게 대해도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는 백유위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줄타기를 하는 자신의 신세가 조금은 우습고, 내면을 들끓게 했다.

“기회가 된다면 소모품에게 엿이나 먹으라지.”

이왕이면 둘 다. 가능하다면 한 명이라도. 불가능에 가까운 이야기지만 저들이 자신을 낮잡아 보고 있으니 또 모를 일이었다. 밤에는 그림자를 볼 수 없다. 나무를 숨기려거든 숲에 감추고, 사사로운 죄는 거악에 가려지기 마련이다. 황이위와 백유위라는 어둠이 자신의 그림자를 감춰주고 있는 이 순간이 기회가 되리라. 아직은 닿지 않을 이야기를 그리며 무영이 벽에서 몸을 분리했다. 잠깐 혼자 담배를 피우겠다고 말했으니 슬슬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어느샌가 거의 다 타들어간 담배를 툭 떨어뜨리며 자신의 운명이 적어도 이 담배보다는 낫기를 기원한 그림자는 다시 빛의 세계로 몸을 드러냈다.


# 근데 이러고나서 취객과의 싸움에 휘말린 무영은 받은 스트레스를 취객에게 전부 풀다가 그만…(이하생략)
유위의 단골술집에서 습격받고 다른 술집에서 술마시다가 잠깐 혼자 담배피러 나왔다는 설정으로 써본 거


# 극한의 상황에서 전투 묘사 이미지 잡아본 거

흐르는 피를 닦아내며 호흡을 가다듬으려 했으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숨은 어떻게 쉬었지? 들이마시고 내쉬는 과정이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 목에 공기가 걸린것같아 내뱉으려 할 때마다 하악거리는 헛도는 소리만이 새어나왔다. 시야가 흐릿하다. 상대의 모습이 잔상처럼 남아서 흔적을 좇는 것이 고작이었다. 자신이 몇 명을 쓰러뜨렸는지, 누구를 쐈는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철컥거리는 빈소리만 나는 총 손잡이에는 누구의 피인지 모를 피와 살점이 눌러붙어 있었다. 미련없이 총을 던져버리며 떨어지는 물건이 낼 소리를 기다렸으나 그마저도 들리지 않았다. 한계. 온 몸의 모든 감각이 한계가 왔다고 시위하는 것처럼 무엇하나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무영은 자신의 품에 숨겨져 있는 잘 벼린 나이프 한 자루를 떠올렸다. 자신에게 아무것도 없음을 확신한 적이 다가오는 순간 최후를 그에게 선사하기 위해서. 온 몸을 빠르게 도는 더운 피가 그의 기감을 더욱 예리하게 갈아, 현무영은 지금 사람이라기보다는 본능만이 남은 짐승에 가까웠다.

약간 이런 느낌이고.. 여기에 사심을 담자면, 이런 상태인 무영에게 유위가 가볍게 접근해서? 눈을 가려주는 것으로 정신차리게 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함.
싸우는 것 자체도 써보고 싶긴한데 기회가 올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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