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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무영] 그림자 없는 밤(900) 한 겹 한 겹 피어날 때마다 더해지는 것. - 조각난 하늘을 본다. 아니 하늘은 조각나지 않았다. 이곳은 본토와 다르다. 푸르고 선명한 하늘은 넓게 펼쳐져 있고 간혹 보이는 비행기는 하늘에 점을 찍듯 높이 날았다. 무엇하나 닮은 점이라곤 없었다. 본토의 아파트-그것을 아파트라고 불러도 된다면-를 세 개 정도 넣을 수 있을 것 같은 건물이 여기서는 중간 규모의 극장이었다. 무엇을 연결한 것인지 알 수 없는 전선들로 메워진 천장 대신 크고 깔끔한 대형 광고판이 걸려 있는 곳. 광고 속 잘생긴 배우는 가면 너머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지켜본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바쁘게 어디론가 향하고, 자동차는 줄지어 도로 위를 굴렀다. 여전히 낯설기만 한 도시. 그럼에도 무영은 익숙한 본토의 모습을 어떻게든 찾아낸다. 밤이면 ..
[현무영] 백귀야행(2) 사다리차가 천천히 움직였다. 짐들을 한가득 채워 내리는 것을 보며 그의 집에 있던 가구들을 떠올려본다. 물건을 많이 두는 편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보이지 않게 여기저기 많이 채워져 있었나 보다. 인부들은 저마다 상자를 들고 바쁘게 건물을 들락거리고, 그만큼 빠르게 건물 앞 도로에 버려지는 물건들도 쌓이기 시작했다. 미처 자신의 짐을 빼기도 전에 결정된 이사였다. 아마 버려지는 것 대부분이 자신의 물건이거나 자신과 관련된 물건일 것이다. 그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누가보아도 얼마 쓰지 않은 새하얀 매트리스였다. 인부들도 그것을 내놓으며 몇 번 유위에게 확인을 받는 것 같았다. 새것 같은데 정말 버려요? 아니, 폐기물 스티커는 또 왜 이리 많으시대? 오지랖 넓은 인부 하나가 눈치 없이 질문을 연달아 퍼부어 ..
이미지용..
[무영] 조각들(1) 쓰다가 애매해서 멈춘 조각글들 #세상은 단 한 번도 온전한 침묵 속에 있었던 적이 없다고들 하지만, 소년의 세상은 유독 더 시끄러웠다. 속삭이는 말들, 타이름 때로는 훈계 혹은 분노ㅡ각양각색의 감정이 여과 없이 소리로 쏟아져 내리는 날들. 그 속에서 평범한 소리를 구분하며 살기란 쉽지 않아 어느 순간부터는 전부를 받아들이며 살았던 것도 같다. 그런 소리들이, 그 모든 것이 사라진 지금 깊은 밤 고요가 어색해 잠이 깰 지경이라니 어린 마음에도 신기해 천천히 눈을 깜박였다. 바로 앞에서 느껴지는 숨소리만이 전부인 밤. 따뜻한 체온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지만 '체온'이기에 위안이 되는 시간. 자신의 등을 감싸고 있는 팔과 너른 품이 좋아서 무영은 숨조차도 조심스럽게 내쉬었다. '내일이면 선생님이 오는..
[현무영] ???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현무영] 그림자 없는 밤(4) ※ CoC 시나리오 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한 편 현무영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잘 손질된 총 한 정. 매일 마른 천으로 깨끗하게 닦아 관리하는 그의 무기로 품에서 한시도 떼어놓지 않고, 잘 때조차 베개 밑에 두는 것이었다. 그 옆에는 검은 액체가 들어 있는 작은 약병과 손가락 세 마디 길이의 나무로 만든 작은 함이 있었고, 또 그 옆에는 손바닥 크기의 수첩과 마찬가지로 오래 사용해 길이 잘 든 만년필이 놓여 있었다. 배터리가 나간 것인지 작동하지 않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가 화엽이라고 적혀 있는 담뱃갑에서 한 개비를 익숙하게 꺼내 물었다. 라이터는 어디 간 것인지 보이지도 않았으나 어차피 병원에서 금연을 권했던 터라 필터 끝만 질겅이면서 마지막 물건을 시야에 담는다. 몇 번..
[현무영] 그림자 없는 밤(3) 해를 등지고 잿빛 땅거미가 도시에 내렸다. 계획성 없이 증축에 증축을 거듭해 마치 성냥갑이 마구잡이로 쌓인 것처럼 보이는 건물들, 그 수관이 하늘을 조각내 도시는 한 줌 저물어 가는 빛을 틈새에 남기고 어둠에 살라 먹힌다. 허나 이 구룡 안에서도 있는 자들과 없는 자들의 차이는 극명했다. 외부와 가까운 동구룡의 건물들이 하나 둘 눈이 아플 정도로 빛나는 네온사인을 켜고 다가올 어둠에 대항하는 동안 서구룡은 침묵으로 순응하기를 택하였으므로. 특히 구룡강을 끼고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더 빠르고 깊게 어둠에 잠겨갔다. 원래 가진 것 없는 이들의 밤이란 그런 것이 아니던가. "그러니 은밀한 사건은 다 이쪽에 몰려있는 것이겠죠.""사람 먹는 짐승도 있었으니 틀린 이야기는 아니네요.""아 그 이야기는 왜 또 꺼내신 ..
[현무영] 백귀야행(1) 사람의 사주가 아니네. 버석하고 메마른 목소리였다. 방금 전까지 어린아이처럼 굴며 손에 오색기를 쥐고 춤추듯 흔들고 있던 터였다. 조상의 원한, 선대의 묫자리, 전생의 업 이런 단어를 줄줄 늘어놓으며 부모의 마음을 휘저어 거한 굿판을 주워섬겼던 것이 불과 몇 분 전의 일이었다. 그 모든 것을 내려놓고 무당은 옷매무새를 단정히 하고 자세를 가다듬었다. 먼 하늘을 응시하며 홀린 듯이 흘러나오는 고저 없는 음성은 일종의 계시처럼 보일 정도였다.  사람이 아닌 것이 사람의 태를 빌어 태어났으니 무엇이 문제더냐. 이는 굿을 하자며 부모를 설득하는 말도 아니었다. 돌아가는 순리를 짚어내 응당 그래야 한다는 것처럼 아이에게 주어진 '운명'에 관한 가르침. 세상의 오복을 누리지 못하니 타고난 신체의 수명을 다 누리지 ..